ERP를 도입한 지 6년 됐습니다. 그런데 영업이 메일과 팩스로 받은 주문을 생산관리 담당자가 읽고 ERP에 다시 입력합니다. 하루에 수십 건입니다.
생산계획은 결국 엑셀로 짭니다. ERP 화면이 현장 흐름과 안 맞아서, 담당자가 자기 방식대로 만든 시트가 사실상의 원본입니다.
품질 이슈는 현장에서 사진을 찍어 메신저로 보냅니다. 어떤 불량이 몇 번 났는지 나중에 세어보려면 대화방을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20년 된 반장이 라인을 보고 '이건 오늘 안에 잡아야 한다'를 판단합니다. 그 기준이 문서 어디에도 없습니다.
회사를 먼저 이해해요. 데이터가 어디에 쌓이는지, 일이 어떤 순서로 도는지, 그 사람 머릿속에만 있는 건 무엇인지 찾아요.
정본이 ERP가 아니라 개인 엑셀과 메신저에 있습니다. 시스템 숫자와 현장 숫자가 다릅니다.
주문 한 건이 메일 → 사람 → ERP → 엑셀로 네 번 옮겨 적힙니다.
숙련 반장의 이상 징후 판단이 개인 경험에만 있습니다.
메일과 팩스로 들어온 주문서를 읽어 품목·수량·납기·단가를 뽑아냅니다. 거래처마다 양식이 달라도 됩니다. 뽑아낸 값은 초안 상태로 올라가고 담당자가 확인 후 확정합니다. 현장에서 올린 불량 사진도 1차로 유형을 분류해 둡니다.
주문에서 생산계획까지 한 화면에서 이어지게 만듭니다. 담당자가 쓰던 엑셀의 계산 로직을 그대로 옮겨 와서, 익숙한 방식은 유지하되 데이터는 시스템에 남게 했습니다. 현장은 태블릿 체크리스트로 입력하고, 납기가 밀릴 조짐이 보이면 알림이 갑니다.
현장 저항이 가장 큰 축입니다. 반장 한 분을 챔피언으로 세우고 2주간 종이와 병행했습니다. '기존 방식을 뺏는 게 아니라 옮겨 적는 일만 없애는 것'이라는 게 설득 포인트였습니다.
단가와 납기는 사람이 확정합니다. 추출값과 원본을 나란히 보여주고, 다르면 넘어가지 못하게 했습니다. 설비 제어에는 손대지 않습니다 — 안전과 인증이 걸린 영역은 AX 범위 밖으로 분명히 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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